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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세 가지 유형을 이해하기

기자명 금준경
  • 입력 2022.07.12 09:05
  • 수정 2022.07.12 09:34

[가이드라인] 2018년 유네스코에서 발간된 <저널리즘,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따르면,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으로 ‘가짜뉴스’는 1. 잘못된 정보 (mis-information), 2. 허위정보(dis-information), 3. 유해정보(mal-information)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에 여러 유형이 존재하며, 유형별로 원인과 해결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입니다. 한국의 최근 사례를 통해 가짜뉴스의 세 가지 유형을 각각 해설하고, 이해를 돕습니다.

1.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잘못된 정보는 ‘사실과 다른 정보’라는 점에서는 ‘허위조작정보’와 유사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만든 조작 정보’가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의도적으로 기만하려는 목적을 갖고 정보를 만들거나 유포한 게 아니라, 사실로 믿었지만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말한다. 언론의 오보가 잘못된 정보에 해당한다.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구조 속보’는 언론의 속보 경쟁이 낳은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4월16일 오전 안산 단원고에 학부모와 경찰,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한 사람이 “학생들이 전원 구출됐다”고 소리쳤고, 이를 기정사실화한 언론의 ‘속보 경쟁’이 시작됐다. 11시 1분 MBN이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 자막을 속보로 냈다. 직후 MBC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구조”’ 자막을 냈다. 이어 다른 주요 방송사들이 일제히 ‘전원 구조’ 속보를 내보냈다.

 

©MBC
©MBC

 

현장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보가 발생하는 일도 있다. 조선일보는 2013년 8월 '현송월 부부장이 공개총살됐다'고 단정해 보도했다. 그러나 현송월은 2015년 베이징에 나타났고, 2018년엔 방한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중국 내 복수의 대북소식통’을 근거로 기사를 썼다. 앞서 조선일보는 1986년 김일성이 피격돼 사망했다는 보도를 냈으나 오보로 밝혀진 일도 있다. 북한은 직접 취재가 불가능하기에 정보원에 의지한 간접 취재로 부정확한 정보가 보도되고 한다.

언론이 그럴 듯한 ‘그림’이 필요할 때 오보를 내는 일도 있다. 2021년 12월 15일자 중앙일보 일부 지역판 1면에는 제주도 지진으로 갈라진 도로 사진이 실렸다. 출처는 뉴스통신사인 뉴스1으로 ‘지진으로 인한 제주 해안도로 피해 모습’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러나 이 사진은 해외 인터넷 사진 구매 서비스에서 판매하는 사진으로 제주도 지진과 무관했다. 지진 당일 온라인에 ‘제주 지진 피해 현장’ 사진이라는 루머가 돌았고, 독자가 언론에 이 사진을 제보하면서 ‘독자가 찍은 제보 사진’으로 오인해 게재하게 됐다.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JTBC, 중앙일보 등 언론사들이 카자흐스탄의 탄약창 화재 현장 영상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공항 테러 현장으로 오인해 잘못 보도한 사례도 있다. 해외의 한 트위터 계정이 이 영상을 카불공항 테러로 오인해 공유했고, 이를 국내 언론이 검증 없이 보도하면서 잘못된 영상이 확산됐다.

2. 허위정보(dis-information)

허위정보는 기만할 의도로 만든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허위라는 점 뿐 아니라 ‘조작’에 방점을 찍어 ‘허위조작정보’라는 표현을 쓴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여러 ‘허위정보’가 유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 앞서 국기에 경례를 하는 모습을 조작한 합성사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진 좌우를 반전시켜 문재인 대통령이 왼손으로 경례를 한 것처럼 조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백신 불신 조장 허위정보’도 국내에 일부 퍼졌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받으면 유전자가 변이된다는 ‘유전자 변이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감시를 하는 칩을 몰래 이식한다는 ‘칩 이식설’ 등 근거 없는 주장이 네이버 등에서 확산됐다.

 

©청와대
©청와대

 

이민자와 난민을 향한 혐오를 유발하는 허위정보도 유포됐다. 2018년 피를 흘리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주목 받았다. 이 게시글을 작성한 목사는 ‘무슬림 남성에게 폭행당한 영국 여성들 사진’이라고 부연했다. 난민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였다. 그러나 이는 가정·경찰폭력 피해자 사진으로 이미 프랑스 매체에서 팩트체크를 한 사진들이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허위정보들도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대거 침투해 시민들을 선동했다는 ‘북한군 침투설’이 대표적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인해 5·18민주화운동이 재조명받자 영화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카카오톡 지라시가 유포되기도 했다.

3. 유해정보(mal-information)

유해정보는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내용을 선정적으로 다루는 정보 유형이다. 내용 자체는 사실이더라도 공익적 목적이 없는 자극적인 폭로 보도가 해당한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조국 전 장관의 자녀가 일하는 직장에 찾아가 기습 인터뷰를 시도한 일, 연예인의 성 생활에 대한 폭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유해정보가 적극 유통됐다.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가로세로연구소의 ‘혼외자 폭로’ 영상의 여파로 사퇴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선정적인 표현을 썼을 뿐 아니라 미성년 자녀의 신상까지 드러내 비판을 받았다. 열린공감TV 채널은 윤석열 후보측을 적극 검증했는데, 이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접대부였다는 주장의 ‘쥴리’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후보 검증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이 의혹을 비판 없이 언급한 언론 보도에 대해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주의’ 조치를 내렸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병언 일가에 관한 ‘가십 거리’를 전한 보도들도 유해정보에 해당한다. 검찰이 유병언씨의 장남 유대균씨를 체포한 이유는 참사 책임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일부 언론은 이보다는 유대균씨를 둘러싼 사적 정보에 주목했다.

유대균씨 체포 직후 채널A는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이라는 제목의 단독보도를 내보냈다. 유씨가 소심한 목소리로 전화 주문을 했고 문도 잘 열어주지 않았으며 계산은 무조건 현금으로 했다는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유대균, 석 달 도피 생활에도 수배 전단 속 살찐 모습 그대로‘ 기사를 통해 살이 찐 사실을 부각했다. OSEN은 ’유대균, 뚱뚱한 것 빼면 빠지는 것 없는 ‘엄친아’’ 기사를 썼다가 제목을 수정하기도 했다.

 

©채널A
©채널A

 

유대균씨를 호위한 여성 박수경씨에 관한 관심도 지나쳤다. MBC 뉴스데스크는 박씨의 이혼사실이나 태권도 심판 경력 등 사생활에 주목했다. “키 170센티미터, 얼굴도 괜찮고,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태권도협회 관계자의 말까지 전했다. MBN은 ‘유대균 검거, 미모의 호위무사 박수경 누구길래…연인관계 '의혹'’ 기사를 통해 “인터넷상에서는 유대균 씨와 박수경 씨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인터넷상 궁금증을 ‘의혹’으로 포장했다. 채널A는 ‘좁은 방에서 단둘이…석 달 동안 뭐했나’라는 자극적인 자막을 달기도 했다.

지난해 언론이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그의 ‘인성’을 문제 삼은 보도들이 줄을 이었는데 이 역시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심 선수에 대한 폭행·성폭행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은 조재범 전 코치 측이 유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심 선수의 개인 메신저 대화를 앞다퉈 보도했다. 이와 관련 언론인권센터는 “디스패치의 무책임한 폭로와 이를 윤리적 고민 없이 받아쓰는 언론 보도로 인해 심 선수의 성폭력 피해를 의심하는 여론까지 등장했다”고 우려했다.

 

[함께 생각해 보기]

1. 위에서 제시한 잘못된 정보, 허위정보, 유해정보의 구체적인 사례의 원인을 생각해 봅시다.

2. 가짜뉴스의 유형별 사례를 각자 주변에서 찾아보고, 유형별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의견을 나눕니다. 

3. 가짜뉴스의 세 가지 유형 중에 어떤 유형이 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 어떤 유형이 해결하기 더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의견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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