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리터러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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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미디어오늘

디지털 시대 교육, 맥락 읽는 눈을 길러주자

  • 입력 2021.03.19 09:36
  • 수정 2021.04.13 09:42
편집자

미디어오늘은 해마다 8월,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정현선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님의 발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생산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의 방향 전환, 뉴스의 생산과 미디어 리터러시의 연계, 맥락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질문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국어교육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따끔 기자분들이 묻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하는 분이 왜 언론정보학과에 안 계시고 국어교육과에 계시나요?’ 사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이것은 리터러시,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론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겁니다. ‘그럼 선생님은 뭘 가르치세요? 어떻게 가르치세요?’ 제가 예비 교사들을 길러내는 교육대학교에 있다 보니 이런 게 궁금한가 봅니다.

또 있습니다. 제가 3년 전,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들의 고민을 다루면서 디지털 육아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언제부터 접하게 해야 하나요?’라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사실 이 질문을 좀 바꿔 말하면 ‘언제까지 안 쥐어주면 좋을까요?’란 질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내용들을 정리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서 저널리스트들은 또 미디어 업계에 계신 분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미디어 리터러시’란? ⓒgettyimagesbank
‘미디어 리터러시’란? ⓒgettyimagesbank

문자에서 복합 표현물로, 리터러시의 확장

첫 번째 질문은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와 관련돼 있습니다. 시대마다 중요한 정보와 지식 전달의 수단이 되는 미디어가 사람들의 말, 문자, 인쇄물, 그리고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 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다른 여러 미디어들로 바뀌어 가면서 리터러시의 내용이 달라져 왔습니다. 리터러시는 특정한 상황과 맥락에서 일어나는 의미를 내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무엇을 읽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고 소통할 것인가와 관련돼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리터러시가 문자와 음성 중심의 지극히 인간에서부터 나오는 표현 수단을 가지고 표현하고 읽고 이런 것을 다루었습니다. 지금은 시각적인 부분, 또 이런 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있는 복합 양식 텍스트로 확장됐습니다. 조금 어려운 말인데요. 우리가 보는 인포그래픽이나 사진이 있는 보도 같은 것들이 다 포함됩니다. 이런 것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하고 평가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어떤 상황들, 예를 들어 내가 자료 조사를 하거나 발표를 해야 되는 상황에 관여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리터러시가 확장됐습니다.

정리하면 단일 언어와 인쇄물 중심의 인간이 심리적 기능인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서 다양한 언어와 기호를 다루고 또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의미 구성 행위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인 행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됐습니다.

뉴런던(New London)그룹의 하버드에듀케이션리뷰(Harvard Educational Review)에 발표한 선언문.
뉴런던(New London)그룹의 하버드에듀케이션리뷰(Harvard Educational Review)에 발표한 선언문.

‘멀티 리터러시 교육’의 등장

뉴런던(New London)그룹은 1996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나오는 교육학계의 최고 학술저널 중 하나인 하버드에듀케이션리뷰(Harvard Educational Review)에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리터러시 교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멀티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것인데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죠. 이 논문을 같이 쓴 사람들은 미국, 영국, 호주 주로 영어권 국가에서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상당히 연구해 온 석학들이었고요. 그 석학들이 모여 21세기에는 새로운 리터러시 실천을 위해서 어떤 이론이 필요한지 그 기초를 공동 연구 결과를 선언으로 제시했습니다.

언어와 기호가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속에서 만들어내는 의미, 그것이 사회적으로 구성이 되는 것이며 한 개인이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여러 가지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럼으로써 사회적인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선언은 강조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이 이론은 리터러시 교육 학계의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았고요. 미국, 영국, 호주,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의 학교 리터러시 교육 과정의 근거가 됐습니다.

앨런 루크(allan luke)는 퀸즐랜드 공과대학교의 명예교수입니다. 이분은 뉴런던 그룹의 연구와 그 실천적인 선언을 주도한 그룹의 일원이었고요. 1999년에 시작된 호주 퀸즐랜드 주의 미래 학교 교육 프로젝트였던 ‘퀸즐랜드 스테이트 에듀케이션 2010’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21세기 핵심 역량 교육의 청사진인 ‘The New Basics’, 새로운 기본 교육 과정을 설계했던 분입니다.

‘The New Basics’은 세계 최초의 핵심 역량 중심의 교육 과정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호주의 교육 과정은 달라졌지만 이 정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앨런 루크는 핵심 역량 중심 교육 과정에 멀티 리터러시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포함하신 분입니다. 이 교육 과정에서 멀티 리터러시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역량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면,

첫째,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이해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역량을 아이들이 가져야 한다.

둘째, 전통적인 문자 중심이나 인쇄물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와 블렌딩(혼합)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역량을 아이들이 갖춰야 한다.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수행을 위해 창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맥락 속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어를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되 다양한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자라온 사람들과 상호 문화적인 이해를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된다. (우리가 많이 얘기하는 다문화적인 역량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핀란드와 같이 교육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나라에서 교육 과정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핀란드의 핵심 역량 교육 과정 중에는 멀티 리터러시와 ‘ICT(정보통신기술) 컴피턴스(competence, 역량)’가 있는데요. 우리는 흔히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핀란드에서는 이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멀티 리터러시는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개념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핀란드 학교 교육에서 실행하는 이론적인 근거로서 수용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호주 교육 과정은 바뀌었는데요. 많은 핵심 역량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 리터러시를 좀 더 확장된 개념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핀란드 교육과정의 ‘멀티리터러시, 호주 교육과정의 ‘리터러시’
(왼쪽부터) 핀란드 교육 과정의 ‘멀티 리터러시, 호주 교육 과정의 ‘리터러시’

이러한 것들은 교육학적으로 봤을 때 어린이 중심의 학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 부분과 맥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리터러시 학습을 하게 되는데요. 글을 읽고 쓰고 발표도 하고 뭔가를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뉴스를 만드는 경험도 학교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학교 바깥에서 어린이들이 경험하는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나는 리터러시 실천의 맥락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이론과 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교사들은 어떤 리터러시 교육을 준비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예비 교사들을 위해서 ‘그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하시나요’라는 질문으로 넘어 가는 건데요. 리터러시에 대한 확장된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인 인식론을 기반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글을 읽고 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고 그것을 어디다 발표를 하면 그것은 하나의 실천 행위라는 것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 관련 이론가들이 낸 책의 표지들.
교육 관련 이론가들이 낸 책의 표지들.

여기 여러 가지 주요 이론가들이 낸 책의 표지를 가지고 왔는데요. 어린이들이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가지고 뭔가 글을 쓰거나 읽고 또 전통적인 방법으로 글을 읽는 모습 그리고 이제 학습은 학교를 벗어나서 지속돼야 한다는 평생 교육적인 관점들이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봅시다. 예비교사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할까요. 미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센터 설립자 엘리자베스 토만은 그동안 영국이나 다른 여러 곳에서 주요 학자들과 교육자들이 만든 개념을 통합해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개념 5가지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30년 넘게 5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정립해 왔습니다. 5가지 핵심 개념이 있고 여기에 소비자 측면에서 미디어를 분석할 때 던지는 질문, 생산자 측면에서 내가 미디어를 제작한다고 할 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리터러시’의 5대 핵심 개념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것입니다. 모든 메시지는 구성된다, ✔︎저자가 있다, 누군가 만든 사람이 있다, 그러니까 그렇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다르게 만들 수도 있었다, 이 정보를 선택했는데 다른 걸 선택할 수도 있었겠구나, 그러면 무엇이 배제됐을까, 이런 걸 고민하게 하는 것입니다. 누가 만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죠.

황치성, “미디어리터러시와비판적사고#1” (미디어리터러시웹진,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3.16.)
황치성, “미디어리터러시와비판적사고#1” (미디어리터러시웹진,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3.16.)

두 번째는 미디어 메시지는 그 자체 규칙 속에서 창의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구성된다, ✔︎포맷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뉴스가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지 많은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도 청중으로 참여하면서 계속 듣고 있는데요. 그런 방식으로 메시지가 만들어졌다면 어떤 기법을 통해서 만든 건지 수용자 입장에서 고민하게 하고, 또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포맷과 어떤 테크놀로지로 어떤 창의성을 발휘해 메시지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동일한 메시지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다르게 경험한다, ✔︎수용자 관점입니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선 나는 이 메시지를 이렇게 이해했지만 다른 사람, 다른 직업, 다른 성별, 다른 연령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를 폭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만든 메시지가 그들에게 어떤 반응을 자아낼까 고민해야 합니다.

네 번째, 미디어는 내재된 가치와 관점을 갖는다는 것, 가치 기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보고 있는 이 메시지에 어떤 가치가 반영되어 있는지 또는 생략돼 있는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프로모션 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봐야 하고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엇을 프로모션하고 일관성 있게 그것을 제시하고 있는지, ✔︎콘텐츠를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대부분의 미디어 메시지들은 어떤 이익이나 권력을 얻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이 메시지가 나에게 보내졌을까 생각해 봐야 하고, 만드는 사람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지, 나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런 것을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디어리터러시 학자 르네 홉스(Renee Hobbs)는 2010년에 디지털 리터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 그러니까 디지털 시대의 리터러시라고 하는 것을 새롭게 다시 정의를 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은 이 순환 모형 중에 분석과 평가, 창조를 강조하고 있었던 모형이라고 한다면 여기서는 우선 접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정보에 접근하고 어떤 디지털기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들이 매우 중요한데요.

정현선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가 2020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정현선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가 2020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지금 팬데믹 시대에는 디지털 격차나 정보 접근의 격차, 이런 부분들이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창조하고 분석하고 평가한 것을 내가 왜 그렇게 했는지 성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리고 우리는 행동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시민 교육적이고 시민 사회적인 모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맥락’과 ‘접근’의 문제

2015년에 저는 학교 교육 과정과 관련해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수업에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정책 연구를 교육부에서 수행했습니다. 지금 학교 교육 과정은 그것이 발표된 연도를 따라서 이름을 짓습니다. 현재 학교 교육 과정에 적용되고 있는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인데, 2015년에 발표했다는 뜻입니다. 이 교육 과정이 만들어질 때 미디어 러터러시가 포함됐다면 훨씬 더 좋았겠죠.

앞으로 만들 교육 과정에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반드시 포함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 과정도 2015 개정 교육 과정에 이르러서 핵심 역량을 강조하게 됐습니다. 의사 소통 역량, 지식 정보 처리 역량 이런 것들이 있는데요. 국어, 사회, 도덕 이런 과목의 내용을 배우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것을 통해서 길러야 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가를 강조하기 시작한 첫 번째 교육 과정입니다.

그 교육 과정의 내용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를 수 있을 것인가를 여러 학교의 교과 교육 과정을 보면서 추출을 했던 것이고요. 그래서 제가 예비교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면 강조하는 것은 지금 우리 교육 과정에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서 특정한 교과가 없지만 다양한 학교 교육 과정의 교과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해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초를 다져줄 수 있다고 강조드립니다.

많은 연구자들과 교육자들이 제시했던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초적인 역량의 세부 내용들을 정리해 아이들이 의미 전달과 이해, 책임 있는 미디어 이용, 감상과 향유, 기초적인 미디어 기술 활용, 기술을 활용해 올바른 정보 검색과 선택, 창작과 제작, 사회문화적 이해, 궁극적으로 비판적 분석과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2020년 1학기에 저는 경인교대에서 ‘디지털 매체와 의사소통’이라는 1학년 교양수업을 맡았는데요. 미디어 리터러시의 여러 요소 가운데 정보 접근과 관련한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저희 대학도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1학기에는 2주간 개강을 미루며 온라인 원격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저도 1학기에 100% 비대면 수업을 했고요. 이럴 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잘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정보나 사건 또는 현상을 다루고 있는 정보를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그 가운데 신뢰할 수 있고 추천하고 싶은 정보를 제시해 보자고 했습니다.

정현선 교수의 ‘디지털 매체와 의사소통’ 수업 내용 중 일부.
정현선 교수의 ‘디지털 매체와 의사소통’ 수업 내용 중 일부.

학생들이 찾은 결과물을 보면 의료 전문가가 직접 알려주는 정보를 유튜브에서 찾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또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보았는데요. 온라인 개학이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시점에 맞춰서 일주일 동안 쏟아지는 보도들을 잘 보면서 교육 현안들이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 되는지를 살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우리가 주관적 오보의 개념들로 볼 수 있는 뉴스가 있을까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자립형사립고에서는 쌍방향 수업을 한다는데 온라인 개학 날 불만이 쏟아졌다, 온라인 개학 초등생 ‘동영상 보고 숙제하는 원격수업 별로예요’, 2차 온라인 개학 출석율 높았지만 ‘이미 일곱 번이나 본 동영상이네요’ 이런 식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뉴스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뉴스가 현상의 이면과 맥락을 다루진 않는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현상의 이면과 맥락이 누락된 일화적인 보도들이 많았다는 것, 그런 것이 검색 알고리즘과 뉴스 어뷰징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노출되면서 그 기사를 읽고 보는 수용자들, 그 안에는 선생님들도 많으셨을 거고요. 그들의 삶이 누락된 기사들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미디어를 분석하는 거는 아닙니다. 제가 맡고 있는 또 다른 과목 가운데 미디어 교육론이 있는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아 저널리스트들을 직접 초청해서 저널리스트들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본인이 직접 쓴 기사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 당시 오셨던 분이 한겨레의 베이비 트리 섹션을 맡아 육아나 어린이 관련된 기사 많이 쓰셨던 양선아 기자였는데요. 이분께서는 학교에서 예를 들어서 학급 신문 만든다면 이렇게 하면 좋겠어요, 엉터리 기사를 안 쓰려면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는 것을 본인이 저널리스트로서의 평소의 경험과 어떤 주관을 바탕으로 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했고요.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건 맥락을 파고드는 기자의 글은 언제나 신뢰를 준다는 것입니다. 제가 한 분의 예를 들었지만 학생들이 이 기사를 보고 이런 기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나오는 신문 그리고 기사들은 돈을 주고 봐도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기자와 독자의 인연은 계속해서 지속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해서 많은 편견이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러 예들을 살펴보면 관점이 달라집니다.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에서는 공부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죠. 구글 독스를 사용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해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잘할 수 있는 환경들도 있습니다. 최근에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들은 양적 제한보다는 양질의 스크린 이용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저널리스트들께 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어린이와 미디어의 관계 측면에서도 디지털 육아와 관련해서 보면 새로 나오는 과학적 근거나 연구 결과 이런 것들을 강조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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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스피커로까지 최근에 미디어가 많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과거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미디어는 스토리텔링을 담아내고요. 어린이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로부터 시작됩니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서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는 인쇄물 버전의 동화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스토리텔링 미디어와 함께 진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뉴스 리터러시와 완전히 동의어는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역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최신 근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여전히 새롭게 공부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들도 여러 가지 미디어와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서 보도할 때 미디어 이용자들과 함께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취재하고 보도하는 맥락 저널리즘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주 어린 시절에서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내기 위해 학교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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