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리터러시 리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니어미디어오늘

“줄리아는 우리와 달라, 하지만 우리는 모두 다 다르지”

  • 입력 2021.02.08 17:34
  • 수정 2021.03.02 16:02

“줄리아는 우리와 조금 달라, 줄리아는 자폐를 가지고 있어.”
“자폐가 뭔데요.”
“그건 너의 말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야.”

세서미 스트리트,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이죠.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는 우리말로 하면 ‘참깨 거리’ 또는 ‘참깨 마을’이라는 뜻인데요. 무려 196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방영되고 있는 인형극이에요.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어릴 때 봤을 수도 있어요.

몇 년 전 세서미 스트리트에 줄리아라는 새로운 아이가 나타났어요. 줄리아는 자폐증상이 있는 아이였어요.

세서미 스트리트의 한 장면.
세서미 스트리트의 한 장면.

 

그동안 세서미 스트리트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나왔어요. 청각 장애를 가진 린다와 다운증후군을 가진 제이슨, 휠체어를 타는 타라, 시각 장애를 가진 아리스토텔레스도 있었죠. 하지만 자폐증은 처음이었죠.

아이들이 줄리아에게 인사를 했는데 줄리아는 딴청을 부렸어요. 친구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않고요. 빅버드는 줄리아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죠. 실망한 빅버드에게 선생님이 줄리아는 우리와 조금 다르다고 설명해 줬죠.

“우리한테는 별로 크지 않은 소리가, 줄리아에게는 엄청 시끄러울 수 있어. 너는 새, 얘는 몬스터, 나는 요정인 것처럼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 달라.”

줄리아는 사이렌과 같은 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랐고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면 흥분해서 깡충깡충 뛰기도 했어요.

“줄리아가 나를 싫어하나 봐.”
“그렇지 않아. 줄리아는 다만 그네를 타면서 말을 동시에 하기 힘들어 할 뿐이야.”

줄리아가 나온 방송은 정말 놀라웠어요. 자폐증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죠. 실제로 이런 친구들을 만나면 당황해 하기도 하고요.

세서미 스트리트의 한 장면.
세서미 스트리트의 한 장면.

 

세서미 워크숍 부사장 셰리 웨스턴은 ABC 뉴스 인터뷰에서 “자폐증이 불편한 주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자폐를 겪고 있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며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이죠.

자폐증 어린이는 보통 아이들보다 또래 집단으로부터 왕따를 당할 위험이 다섯 배나 더 크다고 합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니 차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동반한 심각한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고요. 사람들이 자폐증에 대해 편견을 갖는 건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세서미 스트리트에서처럼 다양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조금 다를 뿐 그게 이상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에요.

세서미 스트리트는 어린이 프로그램이지만 차별과 편견에 맞서 왔어요. 인종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에 백인과 흑인을 함께 등장시켜 서로 어울리게 만들었고요. 이 때문에 한때 미시시피 주에서는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 등등의 캐릭터를 계속 등장시켰고 청각 장애와 시각 장애 등 다양한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죠. 그래서 인종 차별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한 대학교 연구진이 세서미 스트리트를 시청한 15개 국 1만 명의 아이들을 조사했더니 세서미 스트리트가 아이들의 인지적 능력과 학습 능력, 사회적, 감정적 능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세서미 스트리트를 보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는 것이죠. 문화적 다양성과 장애 감수성을 익히게 되고요.

세서미 스트리트의 한 장면.
세서미 스트리트의 한 장면.

 

세서미 스트리트에서는 피부색과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저 함께 노는 아이들이죠. 세서미 스트리트는 계속해서 말을 건네요.

“함께 놀래? 나랑 같이 놀래?”

처음이 어렵지 자꾸 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나와 다르다고 해서 선을 긋거나 거리를 두지 말고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에도 세서미 스트리트 같은 방송이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누군가가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어울릴 수 없다면 그건 옳지 않아요.

줄리아 같은 친구가 방송에 더 많이 나와야 해요.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존중할 때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강지예님은 현재 아나운서 출신의 스피치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강대 언론대학원에서 해외교육 프로그램과 국내 교육프로그램에 나타난 반편견교육에 대한 사례 연구로 논문을 쓰셨습니다.

 

저작권자 © 넥스트 리터러시 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같이 보면 좋은 주제
VIEW MORE
 Back to top